몸의 1차 방어선

EP.3에서 산화 손상이 지질에서 콜라겐, DNA로 번지는 연쇄를 봤습니다. 하지만 피부가 매일 자외선과 미세먼지를 맞으면서도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몸에는 활성산소를 초입에서 끊어내도록 진화한 자체 방어 시스템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편은 밖에서 무언가를 바르기 전에, 피부가 이미 갖고 있는 '내인성 항산화 방어망'을 들여다봅니다.
1차 방어선: 세 개의 효소
내인성 방어의 최전선에는 세 가지 효소가 있다. 초과산화물 불균화효소(SOD), 카탈라아제(CAT), 글루타치온 퍼옥시다아제(GPX)다. 이들은 산화 스트레스에 맞서는 '1차 방어 항산화제'로 불리며, 서로 이어달리기하듯 작동한다.1
작동 순서를 보면 정교하다. 먼저 SOD가 가장 반응성 높은 초기 활성산소인 초과산화물을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과산화수소로 바꾼다. 그다음 카탈라아제와 글루타치온 퍼옥시다아제가 이 과산화수소를 물로 분해해 무해하게 만든다. 한 효소의 산물이 다음 효소의 기질이 되는 릴레이 구조여서, 어느 한 단계가 약해지면 중간 산물이 쌓여 오히려 손상을 키울 수 있다. 이 효소들이 제 성능을 내려면 셀레늄·아연·구리·망간 같은 미량 원소가 보조인자로 필요한데, 이들의 섭취가 부족하면 방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1 참고로 구리·아연 SOD는 사람 피부에도 존재하는 주요 항산화 효소로 확인된다.2
마스터 항산화제, 글루타치온
효소 릴레이의 한복판에는 글루타치온(GSH)이 있다. 글루타민산·시스테인·글리신 세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저분자 삼펩타이드로, 세포 내 산화환원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3 그래서 흔히 '마스터 항산화제'라 불린다.
글루타치온이 특별한 이유는 스스로 활성산소를 처리할 뿐 아니라, 소진된 다른 항산화제를 되살리기 때문이다. 산화된 비타민 C와 비타민 E가 글루타치온 의존 경로를 통해 활성형으로 재생되며, 핵 안에서는 단백질의 황화기 산화를 막아 DNA 복구와 단백질 기능에 필요한 환경을 지킨다.3 즉 글루타치온은 방어망 전체가 지치지 않도록 재충전하는 허브인 셈이다. (다만 글루타치온을 둘러싼 '미백' 관련 소구는 규제 대상이므로, 여기서는 산화환원 기능에 한정해 서술한다.)
감지하고 켜는 스위치: Nrf2
방어망은 늘 같은 세기로 켜져 있지 않다. 필요할 때 증폭하는 스위치가 있는데, EP.1에서 소개한 Keap1–Nrf2 시스템이다. 산화 자극이 감지되면 전사인자 Nrf2가 핵으로 이동해 항산화 반응 요소(ARE)에 결합하고, 헴 산소화효소-1(HO-1), NQO1, 글루타치온 관련 효소 같은 항산화·해독 유전자들의 발현을 끌어올린다.4 다시 말해 세포는 산화 부담을 감지하면 방어 유전자를 '증산'하는 적응 능력을 갖고 있다.
피부에서도 이 스위치는 핵심이다. 피부 세포는 Nrf2를 통해 항산화 단백질 유전자들의 전사를 조절하며, 이는 피부가 산화적 변형에 저항하는 특수한 방어 기제로 알려져 있다.5 EP.3에서 본 손상 연쇄에 맞서, Nrf2는 방어 쪽 저울추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항산화의 과학] EP.4 본문 이미지](/beauty/insight/img/antioxidant-endogenous-defense/02.jpg)
방어선은 나이 들며 재편된다
이 방어망이 평생 똑같이 작동하면 좋겠지만, 나이와 광노화에 따라 균형이 재편된다. 사람 피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카탈라아제 활성은 노화·광노화 피부의 표피에서는 오히려 증가한 반면 진피에서는 젊은 피부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해, 표피와 진피 사이 격차가 벌어지는 양상을 보였다.6 콜라겐과 탄력섬유가 있는 진피에서 방어가 약해진다는 점은 EP.3의 손상이 왜 진피에서 두드러지는지와 맞물린다.
비효소성 방어에서도 변화가 나타난다. 같은 연구에서 항산화 비타민인 알파-토코페롤(비타민 E)의 농도는 광노화·노화 피부의 표피에서 유의하게 낮았다.6 종합하면, 나이 든 피부는 산화 부담은 늘고 방어는 부위별로 약해지는 쪽으로 기울며, 이 불균형이 노화 피부 산화 스트레스의 바탕이 된다.7
![[항산화의 과학] EP.4 본문 이미지](/beauty/insight/img/antioxidant-endogenous-defense/03.jpg)
왜 '내인성'만으로는 부족한가
정리하면, 피부는 효소 릴레이(SOD·CAT·GPX), 마스터 항산화제(글루타치온), 감지 스위치(Nrf2)를 갖춘 정교한 자체 방어망을 이미 갖고 있다. 문제는 이 방어망에도 용량과 한계가 있고, 과도한 외부 자극이나 노화로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7
한 가지 더 짚어 둘 것이 있다. 지금까지 다룬 효소·글루타치온·Nrf2 외에도, 피부에는 가장 눈에 띄는 내생 방어자가 하나 더 있다 — 자외선을 직접 흡수하고 활성산소까지 소거하는 멜라닌이다. 다만 그 작동 방식이 지금까지의 방어망과 사뭇 달라 이 편에서는 잠시 미뤄 두었고, 이 시리즈 후반의 EP.9 — 오해받은 방어자에서 따로 조명한다.
바로 여기서 '밖에서 더하는 항산화'의 근거가 생긴다. 부족해진 방어를 보완하거나, 소진되는 내인성 항산화제를 아끼는 방향으로 외부 성분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외부 성분들은 무엇이고, 각각 어디를 겨냥할까 — 다음 편에서 작용점별로 분류한다.
참고문헌 · References
본 편의 인과·수치·효능 서술은 아래 peer-reviewed 문헌에 근거합니다.
Ighodaro OM, Akinloye OA. First line defence antioxidants—SOD, CAT and GPX: their fundamental role in the antioxidant defence grid. Alexandria J Med. 2018;54(4):287–293. [A] https://www.tandfonline.com/doi/full/10.1016/j.ajme.2017.09.001 ↩︎ ↩︎
Copper/Zinc Superoxide Dismutase in Human Skin: Current Knowledge. Front Med. 2020;7:183. [A, 리뷰] https://www.frontiersin.org/journals/medicine/articles/10.3389/fmed.2020.00183/full ↩︎
Glutathione in Skin Aging and Tissue Regeneration: A Systematic Review of Molecular Mechanisms, Redox Modulation, and Biomedical Implications. Molecules. 2025. [A, 체계적 리뷰] https://doi.org/10.3390/molecules31060981 ↩︎ ↩︎
Kansanen E, Kuosmanen SM, Leinonen H, Levonen AL. Molecular mechanisms of Nrf2-mediated antioxidant response. Review. [A]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2631094/ ↩︎
Schäfer M, Werner S. The role of transcription factor Nrf2 in skin cells metabolism. Review. [A]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4469773/ ↩︎
Rhie G, Shin MH, Seo JY, et al. Aging- and photoaging-dependent changes of enzymic and nonenzymic antioxidants in the epidermis and dermis of human skin in vivo. J Invest Dermatol. 2001;117(5):1212–1217. [A, 사람 in vivo] https://pubmed.ncbi.nlm.nih.gov/11710935/ ↩︎ ↩︎
Rinnerthaler M, Bischof J, Streubel MK, et al. Oxidative stress in aging human skin. Biomolecules / PMC. [A, 리뷰]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449668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