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ience of Photoprotection · EP.5

무기 자외선차단제(ZnO·TiO₂)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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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에서 바깥의 광보호는 내생 방어를 '대체'가 아니라 '보완'하도록 설계된다고 했습니다. 그 보완의 한 축이 무기(미네랄) 자외선차단제 — 산화아연(ZnO)과 이산화티타늄(TiO₂)입니다. 흔히 '거울처럼 빛을 반사하는 물리적 차단'으로 알려져 있지만, 과학이 그리는 그림은 조금 다릅니다. 이번 편은 이 두 소재가 실제로 어떻게 자외선을 다루는지를 봅니다.

'반사'가 아니라 '흡수'다

무기 자외선차단제를 흔히 '피지컬(물리적) 차단제'라 부르며 빛을 거울처럼 튕겨 낸다고 설명하지만, 측정 결과는 다르다. 산화아연과 이산화티타늄은 자외선을 주로 흡수해 막으며, 반사·산란으로 걸러 내는 몫은 자외선 영역 전체에서 평균 4~5%(SPF 2 미만에 해당)에 그친다. 나머지 대부분의 차단은 이 소재들이 반도체(전기적 성질이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인 물질)로서 갖는 밴드갭(band gap: 전자가 뛰어오르는 데 필요한 최소 에너지 간격)을 통해 자외선 광자를 흡수함으로써 이뤄진다 — 산화아연의 밴드갭은 3.3~3.4 eV로, 자외선 대역의 넓은 흡수에 적합하다.1 다만 밴드갭보다 에너지가 낮은 장파장 UVA·가시광 영역에서는 흡수가 아니라 반사 성향이 커지며, 이것이 무기 차단제 특유의 백탁(하얗게 뜨는 현상)의 배경이다.

즉 무기 차단제는 '물리적으로 튕겨 내는 벽'이라기보다, 자외선을 흡수해 처리하는 소재에 가깝다. 이 이해는 뒤에서 다룰 유기 필터와의 경계가 통념만큼 뚜렷하지 않다는 점으로도 이어진다.

두 소재의 분담

산화아연과 이산화티타늄은 잘하는 영역이 다르다. 산화아연은 흡수 정점이 UVA 영역(320~400nm)에 있어 긴 파장의 자외선까지 폭넓게 다루고, 이산화티타늄은 흡수 정점이 UVB 영역(290~320nm)에 있어 짧은 파장의 자외선에 강하다.1 두 소재의 커버 범위가 상보적이라, 함께 배합하면 한쪽만으로는 어려운 넓은 파장 대응이 가능해진다. EP.3에서 봤듯 색소·광노화를 만드는 빛이 UVA까지 걸쳐 있으므로, UVA를 포함해 넓게 다루는 설계가 중요하다.

나노 입자와 안전성

무기 차단제의 오랜 숙제는 백탁과 사용감이었고, 이를 줄이려 입자를 나노 크기로 작게 만든 것이 나노 무기 필터다. 그러자 새로운 질문이 생겼다 — 이렇게 작은 입자가 피부를 통과해 몸속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축적된 연구의 답은 대체로 '그렇지 않다'이다. 나노 크기의 산화아연·이산화티타늄은 각질층의 바깥층에 머물 뿐, 살아 있는 피부세포나 전신 순환계에는 도달하지 않는 것으로 다수의 인체·동물 연구에서 확인됐으며, 이는 건강한 피부뿐 아니라 일부 손상된 피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2 유럽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SCCS) 등 규제 기관의 평가에서도 나노 이산화티타늄은 피부 자극·감작이나 발암의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고, 지시대로 사용할 때 해를 끼칠 가능성은 낮다고 정리된다.3

[광보호의 과학] EP.5 본문 이미지

광촉매와 광독성, 그리고 그 관리

침투와는 별개로, 반드시 짚어야 할 성질이 하나 있다. 무기 산화물, 특히 광촉매 활성이 큰 아나타제(anatase, 이산화티타늄의 한 결정형)형 이산화티타늄과 산화아연은 자외선을 받으면 광촉매(photocatalysis: 빛을 받은 물질이 촉매처럼 반응을 일으키는 성질) 반응으로 활성산소, 특히 하이드록실 라디칼(hydroxyl radical: 반응성이 매우 큰 대표적 활성산소)을 만든다.2 세포·시험관(in vitro) 연구에서는 이 광촉매 활성이 세포독성이나 DNA 손상 같은 유전독성(genotoxicity: 유전물질을 손상시키는 성질)으로 이어질 수 있음이 보고되며, 그 정도는 입자의 결정형·코팅·농도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정리된다.3

여기에 더해, 무기 필터의 광촉매 활성은 같은 제형에 함께 든 유기 필터를 분해할 수 있다. 나노 이산화티타늄이 대표적 UVA 필터인 아보벤존과 UVB 필터 OMC(octyl methoxycinnamate, 옥틸메톡시신나메이트: 옥티녹세이트로도 불림)의 광분해를 촉진하고, 그 과정에서 반응성 있는 분해 부산물이 생길 수 있음이 제형·시험관 연구에서 보고됐다.4 무기와 유기를 단순히 섞으면 무기의 광촉매가 유기 필터를 깎아내려 차단력을 떨어뜨리고 자극·광독성의 소지를 남길 수 있다는 뜻이다 — 이 조합의 문제는 EP.8에서 다시 다룬다.

그러나 이 성질은 '무기 필터의 숙명'이 아니라 설계로 관리되는 변수다. 실제 제품의 무기 입자는 실리카·알루미나 같은 불활성 산화물로 표면을 코팅해 광촉매 활성을 억제하는데, 한 연구에서 알루미나·실리카로 코팅한 이산화티타늄은 코팅하지 않은 입자보다 광촉매 분해 활성이 뚜렷이 낮았고 각질세포에 대한 세포독성도 줄었다.5 앞서 본 대로 입자가 각질층 바깥층에 머물러 살아 있는 세포에 도달하지 않는다는 점까지 더하면, 고농도로 노출시키는 시험관 세포 실험과 온전한 피부 위의 실제 상황 사이에는 무시할 수 없는 간극이 있다. 요컨대 무기 필터의 광독성·광유전독성은 주로 무코팅 입자·고농도 세포 실험에서 관찰된 성질이며, 코팅·조합·제형으로 다스리는 설계의 문제다. 그 장기적 의미는 EP.10에서 이어 본다.

[광보호의 과학] EP.5 본문 이미지

강점과 한계, 그리고 설계

무기 필터의 강점은 분명하다. 자외선을 받아도 잘 분해되지 않는 광안정성이 높고(그 의미는 EP.8에서 자세히 다룬다), 자극이 상대적으로 적어 예민한 피부에도 무난한 편이다. 한계도 분명하다 — 백탁과 무거운 사용감, 그리고 충분한 차단을 위해 필요한 도포량이다. 결국 관건은 소재 자체가 아니라, 그 소재의 성질을 이해해 입자 크기·표면·제형으로 사용감과 차단을 함께 잡는 설계 역량이다. 무기 차단제의 백탁을 나노 입자와 표면 처리로 다루는 일 자체가, 원리를 이해해 나노 단위로 설계하는 문제인 셈이다. 이어지는 편은 다른 방식으로 자외선을 흡수하는 유기 필터를 본다.

참고문헌 · References

본 편의 인과·수치·효능 서술은 아래 peer-reviewed 문헌에 근거합니다.


  1. Cole C, Shyr T, Ou-Yang H. Metal oxide sunscreens protect skin by absorption, not by reflection or scattering. Photodermatol Photoimmunol Photomed. 2016;32(1):5–10. [A] https://pubmed.ncbi.nlm.nih.gov/26431814/ ↩︎ ↩︎

  2. Smijs TG, Pavel S. Titanium dioxide and zinc oxide nanoparticles in sunscreens: focus on their safety and effectiveness. Nanotechnol Sci Appl. 2011;4:95–112. [A, 리뷰] https://pubmed.ncbi.nlm.nih.gov/24198489/ ↩︎ ↩︎

  3. Newman MD, Stotland M, Ellis JI. The safety of nanosized particles in titanium dioxide- and zinc oxide-based sunscreens. J Am Acad Dermatol. 2009;61(4):685–692. [A] https://pubmed.ncbi.nlm.nih.gov/19646780/ ↩︎ ↩︎

  4. Kim EJ, Kim MJ, Im NR, Park SN. Photolysis of the organic UV filter, avobenzone, combined with octyl methoxycinnamate by nano-TiO₂ composites. J Photochem Photobiol B. 2015;149:196–203. [B/A, 제형·in vitro] https://pubmed.ncbi.nlm.nih.gov/26093231/ ↩︎

  5. Impact of Surface Coatings on the Photocatalytic Activity and Cytotoxicity of Titanium Dioxide Nanoparticles in Human Keratinocytes: Implications for Sunscreen Safety. ACS Omega. 2026;11(24):35180–35190. [A, in vitro] https://pubs.acs.org/doi/10.1021/acsomega.5c13018 ↩︎

저자
멜라누아팀

멜라누아팀은 멜라닌을 비롯한 빛·산화 방어 기전을 문헌 단위로 해석하고, 그 원리를 제형과 소재 설계로 옮기는 연구 조직이다. 이 시리즈의 모든 문장은 peer-reviewed 문헌을 근거로 검토되었으며, 인용은 각 편 하단에 명시한다.